LeeSeungYeol 연지에게. 이런 걸 쓰는 게 나답지 않다는 거 나도 안다. 너도 알겠지.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. 말보다 행동이 편하고, 감정을 글로 옮기는 건 보고서를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. 그런데도 이걸 쓰고 있는 건, 아마 네 앞에서는 끝내 하지 못할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. 처음 너를 봤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. 아버지 따라 차 변호사님 댁에 갔던 날. 열여덟 살, 나는 수능을 앞두고 있었고, 너는 겨우 열셋이었다. 마당에 감나무가 있었지. 네가 그 아래 서서 한참을 올려다보고 있길래, 뭘 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답했다. 감이 익으려면 아직 멀었대요. 그때 나는 그냥 ..